포플러의 소소한 흔들림
높고 푸른 사다리 본문
2015. 2. 9. (월), 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한겨레출판
같은 시대에 학교를 다니고
같은 사회적 고민을 공유하며 살고 있는
작가 공지영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입니다.
가끔 리트윗을 잘못해서 인터넷 상에서
이리저리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이 시대를 우리와 함께 치열하게 살아가는
지성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소설을 많이 읽었지만
이번 소설 또한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군요......
처음에는 카톨릭이야기에 사랑을 가미한
그러저러한 소설인가보다 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지루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소설이 중반을 넘어가면서 점점 몰입하게 되더군요....
W시(아마도 왜관)에 있는 베네딕토 수도회에 속해 있는
요한 수사와 그 수도회 사무엘 아빠스의 조카인 소희와의 사랑이야기에
요한의 신에 대한 사랑
친구인 미카엘의 사랑의 방법과 대상에 대한 참여와 고뇌
순수하고 착실한 맑고 투명한 영혼의 안젤로 수사
토마스 수사, 그리고 거름더미에서 비참하게 죽어 간 그의 친구 요한 신부
그리고 요한의 할머니....
후반에 나오는 빅토리아메러디스호 선장이었던 마리너스 수사,
이시악 신부, L변호사의 이야기가
종과 횡으로 연결되면서
"왜? 왜! 대체 왜"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며
뒷부분으로 갈수록 감동은 더해집니다.
토마스 수사의 친구 요한신부와 북한의 덕원에 있는 수도원에서 겪었던 이야기는
빅터 프랭클린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읽었던
아우슈비츠의 극한 상황과 겹치면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흥남에서 거제도로 1만4000명의 피난민을 태운 빅토리아메러디스호가
3일 밤낮을 운행하는 동안
화장실도 없고, 마실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상황에서
한명의 사망자도 없이, 오히려 5명의 새생명을 탄생시키며
고통을 침착하게 견뎌내는 한국인에 대한 묘사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그 장면은 얼마전에 본 영화 "국제시장"의 흥남부두 장면과 겹치면서
나를 전율하게 합니다.
이 소설을 읽다가
우리집 거실 TV에서 나오는 가요무대 프로그램(2015.2.9. 방송)에
하필이면 "굳세어라 금순아"가 흘러 나오더군요.....
그런데 그 옛날 노래가 예전에는 몰랐는데
왜 그리도 눈물이 나던지......
소설은 처음부터 모호했던
소희의 요한 수사에 대한 사랑의 태도의 이유를 밝히며
마무리됩니다.
소설의 제목 "높고 푸른 사다리"는
야곱이 보았던 천국으로 오르는 사다리이며
종소리 속에 쏟아지는 신의 은총이며
빅토리아메러디스호에서 내려지던 그물 사다리이기도 합니다.
인간으로서, 종교가 있든 종교가 없든
"왜? 왜! 도대체 왜?"라는 질문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이 할까요.
공지영의 소설이 그냥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인문학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느낌은
나만의 느낌일까요.....
그래서 전 이 소설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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