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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독서통신 98)

포플러처럼 2024. 7. 17. 17:40

2024. 7. 17. 수, 자기 앞의 생,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 지음,

마누엘레 피오르 그림, 용경식 옮김, 문학동네

 

 

자기 앞의 생(LA VIE DEVANT SOI),

 

 

 

 

 

어린시절 가끔 들었던 노래 중에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라는 가사의 노래가 있었다.

그 노래를 들을 때면 모모가 누구지...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던 중 대학시절 에밀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라는 소설을 읽었다.

그 때는 큰 감동 없이 이 책을 읽었다.

먼 나라 이야기를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도 다문화가정이 많고,

다양한 인종을 가까이에서 만나게 되면서 이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작가에게도 관심이 더 생겼다.

어느 날 우연히 신문에서 '에밀 아자르'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었는데,

그는 '로맹 가리'라는 이름의 프랑스 작가로 리투아니아(러시안 연방)에서 태어났고

프랑스로 이민간 유대인 이민자 기정에서 자랐다.

그의 본명은 '로만 카제프'인데,

제2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 공군 조종사로 참전했고,

전후에는 외교관으로 활동하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고,

로맹 가리는 1956년 <하늘의 뿌리>로 프랑스 콩쿠르상을 받았다.

그 후 1975년 에밀 아자르라는 새로운 필명으로 발표한 <자기 앞의 생>으로 두번째 콩쿠르 상을 받았다.

그리고 1980년 자신(로맹 가리)이 에밀 아자르라는 유서를 남기고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콩쿠르 상은 한 작가에게 두번 주지 않는다는 기록을 깨뜨린 작가다.


하여간 그의 삶이 이 작품에 녹아 있는 듯 하다.

파리의 허름하고 가난하고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에서

무슬림 소년 모모(모하메드)의 눈을 통해

유대인 로자 아줌마, 무슬림 하밀 할아버지, 인터섹스 매춘부 롤라 아줌마,

유대인 정신과 의사 카츠 선생님 등의 인물을 통해 삶의 뒤안길을 보게 한다.

 

소설의 처음 부분에 모모가 하밀할아버지에게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라는 질문은 소설을 관통한다.

로자 아줌마의 생명에는 모모가 있고,

모모의 삶에는 로자 아줌마가 있다.

로자 아줌마의 치매가 심해질수록 모모는 아르튀르(우산)에게 유대감을 느끼기도 한다.

로자 아줌마의 주검 옆에서 일주일을 보낸 모모는

'단 한사람이라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가 있다면 사람은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가치를 전해준다.


어린 시절 들었던 그 노래는 이런 가사로 끝난다.

'인간은 사랑 없이 살수가 없다는 것을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도 어느날 나타난 아버지도 아닌,

항상 옆에서 의지했던 로자 아줌마의 주검 옆에서 생을 붙들고 있는 모모의 모습이 그려지는

소설의 끝부분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시야가 흐려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인간의 삶에 대한 절박함과 지독한 생명력을 일깨워주는 감동에서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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