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러의 소소한 흔들림
단순한 열정(독서통신 79) 본문
2022.11.4.(금), 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문학동네
아니 에르노의 작품 중 <사진의 용도>와 <세월>을 전에 읽었다.
그런데 뉴스에서 아니 에르노가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다시 한번 관심을 갖고 그녀의 작품 <단순한 열정>을 읽게 되었다.
그녀는 현재 80세가 넘은 프랑스의 노작가로,
<단순한 열정>은 50대 초반에 발표되었다.
중년의 여성이 외국인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애인을 기다리는 심리적 긴장과 사랑의 감정을 소설로 썼는데,
간결하면서도 단정하고 냉철하게 자신을 객관화하여 사물을 관찰하듯이 썼다.
소설 첫부분부터 내게는 충격이었다.
단정하고 꾸밈없는 글로 이렇게 사랑의 현장을 직접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녀의 여러 작품은 모두 그녀의 경험적 소설이라고 한다.
오토픽션이라고 한다고 한다.
그녀는 왜 이런 소설을 썼을까.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소확행이 유행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그녀도 거대담론이나 사회 양상 등에 대한 글보다는
개인의 존재와 순간순간 느끼는 사랑과 자유의 감정을 꾸밈없이 보여줌으로써
인간 존재의 의미를 찾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같은 이유로 나도 블로그를 한다.
단순한 기억의 기록이 아닌,
내 삶의 흔적이 희미해지고 존재의 의미가 사라질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블로그를 하게 했다.
그녀는 허구의 소설을 쓴 적이 없다고 한다.
모든 작품이 자신의 이야기라고 한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삶을 쓴 것이다.
인간이 글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삶의 이유와 존재의 증명.
그녀의 단순하고 건조하지만 객관화 된 글은,
독자 자신도 스스로를 객관화해서 자신의 경험을 분석하고 기록할 이유를 찾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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