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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독서통신 80)

포플러처럼 2022. 12. 28. 17:05

2022. 12.23. 금, 연인들, 최승자 시집, 문학동네

 

 

 

 

 

1980년대, 최류탄 가스와 함께 기형도, 이성복, 장정일, 최승자 시인의 시집 몇권이 나의 대학생활을 함께 지나왔다.

이제 나이가 들어 다시 최승자 시인의 <연인들>을 읽었다.

1999년 초판이 나왔을 때 이 시집을 나는 읽지 않았다.

그 때 나는 결혼을 해서 최루탄 속의 매운 눈물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시인은 이 시집 발표 후 오랜 잠적에 들어갔고 그동안 조현병 투병을 해왔음을 밝혔다.

나는 최승자 시인하면 아프고 고통스러운 시대의 외침을 느끼곤 했었는데,

시인은 너무나 아파 외칠 수 조차 없었던 시간을 지나왔구나 싶어 또 아파온다.

나는 그동안 시를 읽지 않았었는데, 시인도 그동안 시를 쓰지 않았구나 싶었다.

1980년대 나는 시집을 교과서처럼 들고 다녔는데, 이제 내 삶은 시가 아니라 산문이 된 듯하다.

그때의 나는 사회를 보는 눈이 독하고 충혈되어 있었고,

그런 나에게 최승자 시인의 독한 언어로 씌여진 시들이 나의 외침이 되어 주었었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마흔 편인데 1980년대를 벗어나서 인지, 고통의 외침은 줄어든 듯 하다.

그리고 연인들이라는 연작 시는 좀 원초적인 인간,

남자든 여자든, 하늘과 땅의 결합체로서 이 땅의 따님들에 대하여 시를 썼고,

그것은 시인이 타로, 심리학 등의 영향을 받아서 쓴 새로운 영역인 듯 느껴진다.

어쨌든 나는 아직 최승자 시인의 독하디 독한 언어로 쓰여진 시들의 외침이 들리는 듯 하고,

가끔 추억처럼 그립다. 내 학창시절의 추억과 함께.
그리고 <이 시대의 사랑>을 책장에 찾아 다시 읽어봐야겠다.

거기 그 시대, 사회를 향한 여린 외침이 다시 들려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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