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러의 소소한 흔들림
연인들(독서통신 80) 본문
2022. 12.23. 금, 연인들, 최승자 시집, 문학동네
1980년대, 최류탄 가스와 함께 기형도, 이성복, 장정일, 최승자 시인의 시집 몇권이 나의 대학생활을 함께 지나왔다.
이제 나이가 들어 다시 최승자 시인의 <연인들>을 읽었다.
1999년 초판이 나왔을 때 이 시집을 나는 읽지 않았다.
그 때 나는 결혼을 해서 최루탄 속의 매운 눈물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시인은 이 시집 발표 후 오랜 잠적에 들어갔고 그동안 조현병 투병을 해왔음을 밝혔다.
나는 최승자 시인하면 아프고 고통스러운 시대의 외침을 느끼곤 했었는데,
시인은 너무나 아파 외칠 수 조차 없었던 시간을 지나왔구나 싶어 또 아파온다.
나는 그동안 시를 읽지 않았었는데, 시인도 그동안 시를 쓰지 않았구나 싶었다.
1980년대 나는 시집을 교과서처럼 들고 다녔는데, 이제 내 삶은 시가 아니라 산문이 된 듯하다.
그때의 나는 사회를 보는 눈이 독하고 충혈되어 있었고,
그런 나에게 최승자 시인의 독한 언어로 씌여진 시들이 나의 외침이 되어 주었었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마흔 편인데 1980년대를 벗어나서 인지, 고통의 외침은 줄어든 듯 하다.
그리고 연인들이라는 연작 시는 좀 원초적인 인간,
남자든 여자든, 하늘과 땅의 결합체로서 이 땅의 따님들에 대하여 시를 썼고,
그것은 시인이 타로, 심리학 등의 영향을 받아서 쓴 새로운 영역인 듯 느껴진다.
어쨌든 나는 아직 최승자 시인의 독하디 독한 언어로 쓰여진 시들의 외침이 들리는 듯 하고,
가끔 추억처럼 그립다. 내 학창시절의 추억과 함께.
그리고 <이 시대의 사랑>을 책장에 찾아 다시 읽어봐야겠다.
거기 그 시대, 사회를 향한 여린 외침이 다시 들려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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