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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독서통신 81)

포플러처럼 2022. 12. 28. 17:09

2022. 12. 27. 화,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난다

 

 

 

 

87학번인 내가 교과서 대신 들고 다녔던 시집들이 있었는데,

이성복, 장정일, 기형도, 최승자 시인 등의 시집들이었다.

이제 30여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최승자 시인의 시집 <연인들>과 산문집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를 읽었다.

최승자 시인하면 나에겐 고독과 사회를 향한 독한 시들이 떠오르는데,

1980년대 독한 시를 썼던 시인은 그 이후에도 독한 시간들을 보내고 우리 곁에 돌아왔구나 싶었다.

그동안 서양점성술과 타로 카드 등을 공부하다가 정신분열증으로 거의 10여년을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고 한다.

독하게 살아온 시인이 시를 쓰지 않고 보낸 10여년 동안 나도 거의 시를 읽지 않았다.

생활에 집중하고 삶에 바빠서 였다.

이제 조금 여유를 갖고 시를 읽으려 함에

다시 돌아와 만난 최승자 시인의 산문집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반갑다.

 

1부 배고픔과 꿈에서는 "시를 뭐하러 쓰냐고"에서는 시인의 솔직한 글들이 시인에게 더 이끌리게 하고,

2부 "한해의 끝에서"는 시기적으로 내가 이 책을 읽은 시기와 맞아 "나의 삶이 이래도 될까?"와

똑 같은 해를 언제나 새로이 시작하는 결심의 이유들을 생각해보는 계기를 주었다.

3부에서는 "가위눌림에 대한 시적 저항"에서는

내가 대학시절 최승자 시인의 시에서 느꼈던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것들에 대항 저항,

인습적인 것들에 대한 저항,

억압적인 것들에 대한 저항이 시인에게는 가위눌림을 이겨내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가위눌림 속에서 깨어나는 세 가지 방법 중

시인이 80년대에는 첫번째 방법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워야 했던 것처럼...

그러나 이제는 세번째 방법처럼 가위눌림을 스스로 인식하고 저항 자체를 포기해 버리고 서서히 깨어나는 것.

어쩌면 시인도 나이가 들고, 사회도 변해서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치열하게 그리고 독하게 고독하게 살아 온 시인의 삶을 읽으며 공감과 존경과 연민을 느꼈다.

한 시대를 치열하게 의식하고 저항하며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기절하며 살아 온 시인의 삶에

몇 권의 시집을 더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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