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러의 소소한 흔들림
사진의 용도(독서통신 63) 본문
2021. 11. 7. 일, 사진의 용도, 아니 에르노, 마크 마리 지음, 신유진 옮김, 1984BOOKS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와 그녀의 연인 마크 마리의 일상 이야기
사적인 이야기 속에
삶의 깊은 성찰이 스며있다.
그들은 사랑을 나눈 후
벗어던진 옷과 신발, 풍경들을 사진으로 남긴다.
그리고 서로 다른 관점에서 글을 쓴다.
나는 사실 이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이유가
아니 에르노가 사진을 찍거나 글을 쓴 이유와 같다고 생각한다.
쓰지 않으면 삶의 조각들이 다 사라져 버릴 것만 같다.
아니 에르노는 유방암 치료를 받는 중이고 이미 저명한 작가다.
그녀의 연인 마크 마리는 아니 에르노보다 22살 연하이고 저널리스트다.
"저녁 식사 후에 치우지 않은 식탁, 전날 밤 섹스를 하다가 아무 데나 벗어던져 엉켜버린 옷들,
나는 줄곳 우리 관계의 시작부터 잠에서 깨어나 그것들을 발견하며 매료되고는 했다.
매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각자가 물건을 줍고 분리하며 그 풍경을 허물어뜨려야만 하는 일은 내 심장을 옥죄였다.
단 하나뿐인, 우리들의 명백한 쾌락의 흔적들을 지우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9쪽)
이 부분을 읽으며, 삶의 쾌락과 기쁨 뒤에 생명력이 떠나간 다른 시간 속의 내 삶의 흔적들을 상상하며
왠지 나의 부재의 시간들이 예견되어 나 또한 가슴이 옥죄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옷과 일기장을 정리하며
더 깊이 밀려오는 아버지의 부재.
내 삶과 함께 하지 않는, 내가 없는 나의 흔적들이 떠올라
허무감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의 에로티즘은 슬프고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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