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러의 소소한 흔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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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용도(독서통신 63)

포플러처럼 2021. 11. 14. 15:17

2021. 11. 7. 일, 사진의 용도, 아니 에르노, 마크 마리 지음, 신유진 옮김, 1984BOOKS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와 그녀의 연인 마크 마리의 일상 이야기

사적인 이야기 속에

삶의 깊은 성찰이 스며있다.

 

그들은 사랑을 나눈 후

벗어던진 옷과 신발, 풍경들을 사진으로 남긴다.

그리고 서로 다른 관점에서 글을 쓴다.

 

나는 사실 이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이유가

아니 에르노가 사진을 찍거나 글을 쓴 이유와 같다고 생각한다.

쓰지 않으면 삶의 조각들이 다 사라져 버릴 것만 같다.

 

아니 에르노는 유방암 치료를 받는 중이고 이미 저명한 작가다.

그녀의 연인 마크 마리는 아니 에르노보다 22살 연하이고 저널리스트다.

 

"저녁 식사 후에 치우지 않은 식탁, 전날 밤 섹스를 하다가 아무 데나 벗어던져 엉켜버린 옷들,

나는 줄곳 우리 관계의 시작부터 잠에서 깨어나 그것들을 발견하며 매료되고는 했다.

매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각자가 물건을 줍고 분리하며 그 풍경을 허물어뜨려야만 하는 일은 내 심장을 옥죄였다.

단 하나뿐인, 우리들의 명백한 쾌락의 흔적들을 지우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9쪽)

 

이 부분을 읽으며, 삶의 쾌락과 기쁨 뒤에 생명력이 떠나간 다른 시간 속의 내 삶의 흔적들을 상상하며

왠지 나의 부재의 시간들이 예견되어 나 또한 가슴이 옥죄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옷과 일기장을 정리하며

더 깊이 밀려오는 아버지의 부재.

 

내 삶과 함께 하지 않는, 내가 없는 나의 흔적들이 떠올라

허무감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의 에로티즘은 슬프고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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