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러의 소소한 흔들림
남아 있는 나날 본문
2018.9.17.(월), 남아 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송은경 옮김, 민음사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나는 처음 이 작가(가즈오 이시구로)를 알았다.
그의 소설은 이미 우리나라에 소개되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읽기 시작했고
처음 읽은 작품은 "나를 보내지 마"
두번째 읽은 작품이 " 남아 있는 나날" 이다.
그는 일본계 영국 작가인데,
어려서부터 영국에서 살아서일까.....
영국의 집사제도를 소재로 하고 있다.
영국은 오래전부터 왕족이나 귀족들은 하인과 집사를 두었고
그들만의 세계가 있었다.
이 작품은 달링턴 홀의 집사 스티븐스가
오래 전 함께 일했던 총무 켄턴 양을 만나러 여행을 하는 엿새 동안
지난 35년동안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형식이다.
그가 집사 중에서도 레벨이 남다른 품위있는 집사가 되기 위해
지켜오고 포기해야 했던 것들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그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고, 켄턴양을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그가 품위 있게 지켜온 달링턴 경의 신조조차 잘못된 것이었기에
살아온 인생 자체가 실체가 없는 허공을 헤매인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만도 한데
달링턴 홀의 새주인인 페러데이에게 돌아가 같은 삶을 반복할 계획을 한다.(농담 연습을 하며....)
소설은 잔잔하게 조용히 과거를 더듬지만
마지막 부분에 켄턴 양을 만난 후 독자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준다.
주인공은 달라진 신념과 깨달음이 없지만
독자는 그의 삶이 안타깝고
한번뿐인 인생을 만끽하지 못하는 그를 보며
인생을 다시한번 되짚어 보게 한다.
물론 우리도 그와 같을지 모른다.
스티븐스가 집사로서 열심히 살았지만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히틀러의 제국주의에 대항한 수많은 민중,
희생당한 유대인에 대해 자각하지 못하는 삶을 산 것처럼
과연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논점과 중요사안들을 다 각성하며 살고 있을까?
내가 대학 1학년 시절, 6.29선언을 쟁취하기 위해
우리는 수업을 거부하고 거리로 나가 외쳤었다.
호헌철폐, 독재타도.....
그렇게 얻어낸 것이 대통령 직선제였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 시절 나는 정치상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었다.
책 뒷편에 김남주의 작품해설에도 언급된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에 관한 보고서"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처럼
성실하게 일상을 반복하고 평범한 남편, 아버지였지만
수많은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내는 일을 했던
아이히만처럼 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더 절실하게 하게 한다. 스티븐스도....
그러기 위해서는 신문과 책을 읽고, 사색을 하며, 주변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며
나 자신을 게으르게 방치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쉬운 일은 아니다. 피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은 동물과 다르다....
그리고 인생의 저녁은 가장 유의미하다.....
주인공 스티븐스가 여행한 도시들을 체크한 경로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누군가 정리해 놓은 지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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