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러의 소소한 흔들림
바깥은 여름 본문
2017.10.5. (목), 바깥은 여름, 김애란, 문학동네
추석 연휴가 참 길다.
다들 해외 여행, 국내 여행, 가족 여행 등
많은 계획들이 있나보다.
뉴스에서도 공항이용자가 최대란다.
그러나 내게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
그냥 도서관에서 가볍게 읽을 책 세권을 빌려 연휴를 맞으러 간다....
첫번째로
바깥은 여름.....
제목을 보며 왠지 슬픈 이야기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단편 여러 편이 들어 있는데
역시 슬픈 이별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입동>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진 영우네 가족 이야기
작년 봄 힘겹게 내집 마련에 성공한 영우네.
"정착'에 대한 욕구가 강했던 아내는 틈나는대로 집을 꾸몄다.
특히 거실과 부엌을 꾸미는 일에 공을 들였는데
부엌과 거실 벽은 흰색으로
개수대와 마주한 면은 올리브색으로
그 벽 아래에 4인용 식탁을 놓았다.
그런데 당분간 살림을 맡아주겠다고 영우네 집으로 온 시어머니.
한밤중에 부엌에서 시어머니가 목이 말라 복분자 병뚜껑을 연 순간
"펑" 소리와 함께 복분자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복분자는 어머니의 흰 내의, 식탁, 장판, 밥통, 주전자, 벽지 등에 튀었다.
이때 아내는 나직하고 상스러운 말투로
"아이 씨....."
"이게 뭐야"
"다 엉망이 돼버렸잖아"
복분자 원액은 영우가 죽고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어린이집에서 보내온 것이었다.
아내는 화가 치밀었다.
실수로 보낸 것인지? 알고도 보낸 것인지?
사람들이 어쩌면 이렇게 무감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치워두려고 했던 것인데,
이를 시어머니가 새벽에 뚜껑을 열어 난리가 난 것이다.
영우에 대한 그리움, 어린이집에 대한 원망 등의 감정이 섞여서
아내는 시어머니 앞에서 상스러운 말투로 말을 내뱉고 만 것이다.
삶에 의욕이 없었던 아내는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많은 날을 눈물로 보냈다.
그러던 아내가 어느 날 복분자로 얼룩진 벽을 도배하자고 했다.
벽지를 붙이며 아내가 말했다.
"그 돈 헐자. 빚 갚아야지"
남편은 여태껏 영우 보험금을 쓰자는 소리를 아내에게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아내가 먼저 그러자고 한 것이다.
"오늘은 아내가 일어나는 날이구나. 이제 막 일어서려는 참이구나."
아내의 말
"다른 사람들은 몰라"
<노찬성과 에반>
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시고 할머니 품에서 자라는 찬성.
우연히 유기견 "에반"을 만나게 되고
에반과 함께 보내며 행복하기도 하고 슬픔에 빠지기도 헸던 꼼나 찬성이 이야기.
찬성은 할머니가 일하는 휴게소를 찾았다가 철제 울타리에 묶여 있는 유기견을 발견한다.
찬성은 "에반"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친구처럼 아끼고 보살핀다.
어느 날 에반이 이상하다고 느낀 찬성은 에반을 동물 병원에 데려간다.
동물병원에서는 에반이 암으로 살기 어려우므로 안락사를 권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찬성은 안락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안락사 비용이 마련되고, 할머니 손수레에 에반을 태우고 동물 병원에 갔다.
그런데 동물병원은 상중으로 주말까지 쉰다는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생겼다.
그럼데 어린 찬성에게는 사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핸드포 유심칩, 액정 보호 필름, 등
에반을 위해 마련했던 안락사 비용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찬성은 자신을 합리화 했다.
에반은 차에 뛰어들어 죽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찬성을 "용서"라는 말이 떠울랐다.
"용서"는 할머니가 아버지를 먼저 보내고
"주여, 저를 용서하소서."라고 탄식하던 말이었다.
<건너편>
도화와 이수는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 만난 오래된 연인이다.
2년만에 경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도화.
반면 노량진에서 6년을 보내고 포기하고 떠난 이수.
둘은 함께 살고 있지만 도화는 이별을 고한다.
<침묵의 미래>
사라져가는 언어를 지키기 위해 세워진 "소수언어벅물관"
외부와의 접촉이 제한된 특별 구역
소수민족의 사람은 박물관에 갇혀 통제된 삶을 살아간다.
천명의 소수민족이 있지만 각자 다른 언너를 쓰기 때문에 서로 대화 할 수 없다.
그래서 살아남은 건 오직 자기 자신과 "말" 뿐
자신의 언어의 "마지막 화자들"
"혼자" , "고도"이라는 단어들에 휩싸여 있는 곳 이야기.
<풍경의 쓸모>
부모님은 이혼을 하고 어머니와 살고 있지만
생활비를 꼬박꼬박 보내주고 집안 행사에 참석하는 아버지.
정우는 대학 시간 강사를 하며 가정을 꾸려간다.
어느 날 곽 교수의 차에 동승하게 된 정우.
이날 인명 사고가 발생하고
곽 교수는 자신의 승진을 위해 정우의 과실로 할 것을 부탁한다.
정우는 정교수 임용 심사에 곽 교수가 자신을 위해 긍정적인 심사를 예상하고 그 부탁을 들어준다.
하지만 곽 교수는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는 정우를 정교수 심사에서 떨어뜨린다.
곽 교수의 배경이 힘이 될 줄 알았지만 독이 된다.
<가리는 손>
엄마는 한국 사람, 아빠는 외국인으로 재이는 다문화 가정 아들이다.
부모님은 이혼하고 엄마와 살고 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과 재이를 통해 엄마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
십대 아이들 네명이 폐지를 줍는 노인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노인은 며칠 후 사망한다.
십대 아이들이 노인을 폭행하는 장면이 녹화된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진다.
그 동영상에는 네명의 십대 외에도 저 멀리 재이의 모습도 보였다.
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 재이
시대들과 눈이 마주친 재이는 도망쳤다.
십대들이 도망 친 것을 확인한 재이는 다시 돌아와서 두고 간 인형만 챙겨갔다,
노인을 위한 어떤 조치도 하지 않고. 신고조차 하지 않고.
이 모든 것이 카메라에 찍혔고 동영상이 퍼지고 있었다.
이 도영상을 본 사람들은 재이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했고,
다문화 가정의 아이라 더욱 비판적이었다.
동영상은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중간에 십대 네명이 뭐라 하며 웃는데 왜 웃는지 재이에게 물었을 때.
재이는 "틀딱?"하며 웃었다.
그리고 바로 미소를 거둔다.
엄마는 불현듯 저 손, 동영상에 나온 손, 뼈마디가 굵어진 손으로
재이가 황급히 가린 게 "비명"이 아니라 "웃음"이었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정말 그렇다면 그동안 내가 재이에게 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남편 도경은 물에 빠진 학생을 구하려다가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도경의 아내 명지가 남편과의 추억을 생각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이야기.
기억 속 남편은 시리(Siri)와 대화를 종종 했고,
그를 떠나보내고 아내 명지도 시리와 대화를 시도해 본다.
시리는 아내의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응하려 애썼다.
방향도 목적도 시작도 끝도 없는
배우자나 친구하고나 나눌 법한 시시한 이야기에도 귀 기울였다.
이렇게 시리를 통해 위안도 받았다.
"권도경 선생님 사모님께"라는 우편물을 받은 명지.
그 편지는 남편 도경이 구하려 했던 학생 권지용의 누나 권지은이 보냈 것
불편한 몸이라 권도경 선생님의 장례식장도 참석 못했던 권지은은 진심이 담긴 편지를 명지에게 보낸 것
명지는 지금까지 도경이 누군가를 구하려 자기 삶을 버린데 화가 나 있었다.
그러나 이 편지를 받고
남편이 그날 "삶"이 "죽음"에 뛰어 든 게 아니라
"삶"이 "삶"에 뛰어든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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