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러의 소소한 흔들림
라면을 끓이며 본문
2016.4.10.(일) , 라면을 끓이며, 김훈, 문학동네
사람이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은
하루하루의 끼니를 해결해 가는 날들의 반복이다.
난 이런 눈물겨운 감정들을 느껴왔지만
김훈 작가처럼 쓰지 못했다.
그의 작품은 "칼의 노래"
"자전거 여행"을 읽었고
이번에 "라면을 끓이며"를 읽었다.
처음 그의 작품을 읽을 때는
마음이 왠지 불편했다.
스산하고 추웠다.
"자전거 여행"을 읽으며
그의 문체에 호감이 가기 시작했다.
간결하면서 폐부 깊숙히 안쪽으로 파고드는 그의 문체에
나는 적응을 하고 매력을 느꼈다.
이제 이 산문집에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눈물겹게 느껴왔던 것들을
글로 조목조목 나열한다.
1부 밥
2부 돈
3부 몸
4부 길
5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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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질서가 인간의 편인 것도 아니고 강자가 못할 것이 없듯이
약자도 살아남기 위해서 못할 것이 없을진대,
- 국경 P103 중에서 -
그러나 누구의 삶인들 고달프고 스산하지 않겠는가.
- 목수 P130 중에서 -
죽을 생각 하면 아직은 두렵다.
죽으면 우리들의 사랑이나 열정도 모두 소멸하는 것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 목숨 P137 중에서 -
그 아이는 나처럼 힘들게, 오직 노동의 대가로서만 밥을 먹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진부하게, 꾸역꾸역 이어지는 이 삶의 일상성은 얼마나 경건한 것인가.
- 목숨 P139 중에서 -
나의 고통은 나의 생명 속에서만 유효한 실존적 고통인 것이다.
- 목숨2 P 147 중에서 -
사랑은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의 이름이라고, 그 갯벌은 가르쳐주었다.
내 영세한 사랑에도 풍경이 있다면, 아마도 이 빈곤한 물가의 저녁썰물일 것이다.
사랑은 물가에 주저앉은 속수무책이다.
- 바다의 기별 P 225 중에서 -
사람의 목소리는 경험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추억을 끌어당겨준다.
사람의 목소리에는 생명의 지문이 찍혀 있다.
이 지문은 떨림의 방식으로 몸에서 몸으로 직접 건너오는데,
이 건너옴을 관능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그러므로 내가 너의 목소리를 들을 때,
나는 너를 경험하는 것이다.
- 여자7 P262 중에서 -
나는 죽음과 구별될 수 없는 일상의 삶에 대한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를 댈 수가 없었다.
- 까치 P353 중에서 -
자연은 그 자체로서 무의미한 것일 수 있다.
자연은 물리적이고 물질적인 세계이며,
인과율의 적용을 받는 객관의 세계이다.
그러나 인간이 설정한 의미들보다 더욱 힘세게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
- 까치 P356 중에서 -
소유는 아름다움을 개인화함으로써 그 아름다움을 배가하는 모양이다.
이걸 나무랄 수도 없다.
- 꽃 P357 중에서 -
하루종일 봄산의 언저리와 강가를 자전거로 쏘다니고 나면,
내 피부에 나무처럼 엽록소가 생겨서,
밥벌이에 수고하지 않고도 빛과 더불어 온전히 살 수 있을 것 같은 환각에 빠진다.
- 잎 P364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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