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러의 소소한 흔들림

허송세월(독서통신 10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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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송세월(독서통신 101)

포플러처럼 2024. 11. 1. 09:49

2024.10.30. 수, 허송세월, 김훈산문, 나남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노후의 삶에 관심이 간다.

얼마전에 돌아가신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삶에 대한 의욕을 놓아버리시는 모습을 보면서 참 안타까웠었다.

삶의 의욕을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시고 잘 드시면 좋으련만 그러지 않으셨다.

젊은 시절에는 불면증이라는 것도 몰랐다.

잠이 너무 많아서 속상했고, 잠이 안오면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 될텐데 뭘 그리 힘들어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나이들어 감에 따라 잠이 오지 않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 없고,

그러면서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한 나의 심정이 힘들게 느껴진다.

이제야 노년의 삶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나이들어서도 하루하루를 알차게 살고 싶었던 지난날의 욕심과 달리, 이제는 여유로운 노년의 삶을 꿈꾼다.

그런 마음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부정적인 느낌의 허송세월이 아니라, 노년의 여유로운 삶으로 다가오는 허송세월에 관심이 갔다.


김훈 작가의 글을 나는 좋아한다.

빙빙 돌리지 않고 직선으로 깊숙히 들어오는 문장들이 좋다.

"라면을 끓이며"에서 보여 준 밥벌이에 대한 노동의 가치, 삶의 비애, 먹고사는 문제의 애달픔을 아직 기억한다.

이 번 산문집 "허송세월"은 노년에 접어들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몸과

노년의 눈으로 바라 본 자연(나무, 새, 박물관의 철모 똥바가지, 냄새,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담하게 미사여구없이

직접적으로 들려준다.

서문에서 술의 종류별 분석과 삶의 느낌과 연결한 글은

"자전거 여행"에서 봄에 피는 꽃들에 대한 감상이 떠오르게 하고,

노년의 눈과 귀, 장기들의 섬세하지 못한 무딤과

늙기의 즐거움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일상의 글들이다.

또 적대하는 언어들, 조사 에, 형용사와 부사, 난세의 책읽기, 말하기의 어려움, 듣기의 괴로움 등은

작가로서 단어와 언어의 선택에 대한 고뇌가 느껴지는 글들이었다.

그리고 눈에 힘 빼라, 걷기예찬, 인생의 냄새 등 소소하지만 공감이 가는 글들이 좋았다.


요즘 하늘은 높고, 햇살은 따사롭고, 바람은 시원하다.

그리고 책 읽기 참 좋은 계절이다.

이렇게 일상의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책을 읽으며 노년의 삶을 살고 싶다고 이 책을 읽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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