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러의 소소한 흔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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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2(독서통신 87)

포플러처럼 2023. 4. 24. 15:32

2023. 4.20. 목, 방구석 미술관 2, 조원재 지음, 블랙피쉬

 

 

 

 

막연하게 그림하면 서양화를 떠올렸었는데,

우리의 근대사가 너무나 암울했기에 이렇게 훌륭한 화가가 많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었다.

방구석 미술관1권을 재미있게 읽어서, 2권도 읽게 되었는데,

읽다가 눈시울이 붉어지고 감동하기를 몇번.

암울한 근대사를 살아내며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치열하게 살아낸 화가들의 인생을 읽으며 정말 감동 받았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근현대 화가 열명의 작품 세계와 삶을 들려주는데

그들의 그림을 향한 집념과 열정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특히, 나혜석, 유영국, 이응노, 장욱진, 김환기 화가를 새롭게 만나게 되어 좋았다.


1910년대에 조선에 서양화를 최초로 소개한 선구자들 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나혜석,

그 시대에 처음 세계여행을 하며, 보고 느낀 것을 삶과 그림에 반영했고, 그런 삶을 살려고 했지만,

시대가 아직 신여성에게는 너무나 가혹했고

시대의 선입견을 극복하지 못하고 비참한 인생을 살았음이 안타깝다.

 

울진의 시골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예술가로서만이 아니라 사업가의 자질도 갖추고 있었던 유영국.

구상회화 보다는 추상회화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느끼고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자연을 상징하는 추상화를 그렸다.

 

예술이란 자신의 뿌리를 나타내는 작업이라고 한 이응노.

우리의 전통 서화로 시작해 문자추상과 앵포르멜 등

동양과 서양의 접목 등 예술의 흡수와 개척정신을 보여 준 화가.

그러나 뜻하지 않게 간첩사건에 휘말리고

그리운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타국에서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었던 화가.

화가로서 영역을 확장해나간 개척자이면서

헤어진 아들을 그리워하고 고국을 그리워 하면서도 만나지 못한 운명에

눈물이 맺히는 화가의 삶이 연민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중섭, 박수근 화가는 알고 있었는데

장욱진이라는 화가는 잘 몰랐었는데

이 책에서 본 <가로수> 그림은 본 적이 있다.

그 그림은 나를 사로 잡았다.

아이처럼 순수하면서도 그림에 문학적 요소가 가미되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조용조용하게 우리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기회가 되면 양주시립 장욱진 미술관에 가서 그의 조각작품과 <가로수>를 봐야겠다.


그리고 우리나라 화가 중 가장 비싼 그림을 그린 화가, 김환기.
수많은 점들을 보며 우주속에 나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

모든 혼을 쏟아 생이 다할 때까지 그린 그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그의 그림을 보러 부암동 환기 미술관을 가리라....

이상과 결혼했으나 이상이 죽은 후

아직 젊은 변동림은 예술가 김환기를 만나 평생의 동반자가 되고 이름도 김향안으로 바꾼다.

동림과 이상이 만났던 카페 <낙랑파라>는 아직도 서울에 그 이름으로 문을 연 카페가 있을 정도.

하여간 김환기와 김향안은 서로에게 있어 부부로서 뿐만 아니라

예술을 계속할 수 있도록 서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동반자가 되어 죽는 날까지 예술혼을 불태운다.


이 책을 읽고 우리의 암울했던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그 이후의 경제적,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림을 향한 열정을 굽히지 않고 개성있고 독자적인 그림을 그린 근대 화가들에 존경심을 느꼈고

우리 그림들에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훌륭한 화가들을 알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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