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러의 소소한 흔들림
오십에 읽는 논어(독서통신 89) 본문
2023. 6. 27. 화, 오십에 읽는 논어, 최종엽 지음, 유노북스
대학시절 논어를 배운 적이 있었다.
그때는 너무 고루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어느 날 정신차려 보니 내나이 오십 중반을 넘고 있었다.
아직도 삶의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 고른 이 책을 식탁 위에 두었더니
우리 딸 하는 말이 엄마는 이 책을 읽기에 너무 늦은 거 아니냐고 했다.
정말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방향을 잡아보려 한다.
평소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아, 무엇인가 시작하기는 어렵고
퇴직하면 뭘해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오십이란 뭔가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나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이 책은 다섯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공허, 성찰, 균형, 성숙, 용기이다.
정말 오십과 잘 어울리는 화두들이다.
<공허>
스물의 미숙함, 서른의 치열함, 마흔의 흔들림도 줄어든 오십은 일관성 있는 일을 시작하기에 좋은 나이라고 한다. 오십부터 구십까지 40년간 어떤 일을 한다면, 그 일을 시작하기에 정말 최고의 시기라고 한다.
<성찰>
논어에는 중요한 어구 세가지가 들어 있는데, 목적 있는 삶, 바르게 사는 삶, 함께하는 삶,
즉, 삼부지(三不知)인 부지명, 부지례, 부지언이다. 천명이나 자신의 소명을 알지 못하면 리더가 될 수 없다. 예를 알지 못하면 인격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없다. 상대의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이해 하지 못하고 그 사람을 잃는 것이다. 한 사람을 알면 세상을 얻는 것과 같고, 한 사람을 잃으면 세상을 잃은 것과 같다.
<균형>
인생의 하프 타임 오십에 인생 후반기를 계획하기에 좋은 시기임을 이 책을 통해 확인했다. 오십까지는 문(文)의 시간을 살았다. 여기서 문(文)은 꾸밀문인데 외적인 부분을 갖추기 위해 살았다면, 인생 후반에는 질(質), 본질에 더 몰입하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질빈빈(文質彬彬)한 삶이 될 수 있도록, 외적 내적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인생을 살아보라는 것이다.
저자도 마흔이 넘어 논어를 읽게되고 공부하여 인문학 강사가 되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나도 책 읽는 걸 좋아하지만 체계없이 마구잡이로 책을 읽었다. 읽고나면 별로 기억도 잘 못한다. 앞으로는 내 관심 분야를 찾아 전문적으로 읽어보리라.
<성숙>
그릇 기(器)자는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네개의 그릇을 만들라는 현인들의 의도가 숨어 있다고 한다. 첫째는 나를 위한 그릇을 만들라는 것. 우선 자기 자신부터 책임질 수 있어야 하는데 30세 정도에 완성된다고 한다. 두번 째 그릇은 가족을 책임질 수 있는 그릇으로 건전한 직업과 일을 통해 가족을 건사할 수 있는 그릇으로 60세 정도에 완성된다고 한다. 이제 오십이 오면 세번째 그릇을 준비해야 하는데, 지역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그릇으로, 일이 봉사와 수입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번째 그릇은 국가와 인류의 행복과 안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최고의 그릇으로 인생 후반인 육십에서 구십까지 노력해 볼 가치가 있는 그릇이다.
또 주이불비(周而不比), 주(周)는 공적인 삶, 비(比)는 사적인 삶을 뜻하는데, 지금까지 사적인 욕망을 앞세워 살았다면 오십부터는 주변을 두루두루 살피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것이다.
<용기>
"살고 싶은 삶이 없으면 사는 대로 살아가게 된다. 원하는 게 없으면 주는 대로 받게 된다. 주어진 삶을 살다 보면 혼자가 되었을 때 막막해진다." 어쩌면 내 얘기인 줄 알았다. 원려(遠慮),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가까이에 근심이 있다. 오십은 팔십, 구십 인생을 바라보고 준비하기 좋은 시기라고 한다.
저자는 2500년 전 공자의 말씀을 정리 한 책 논어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생 후반전을 맞이할 즈음,
전반전의 인생을 돌아보고, 후반전의 인생을 다잡고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이 책을 쓴 것 같다.
나 또한 머릿 속에 희미한 생각들만 가득했었는데,
오십은 인생 후반기를 계획하고 다잡기에 딱 좋은 나이라는 말을 해줌으로써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지금까지 직장의 마무리에만 매몰돼 있었는데,
이제 후반기 계획 원려(遠慮)에 대하여 알려준 대로 찾아보고자 한다.
오래 전 읽은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처럼, 후반기에 내 적성에 맞는 무언가를 지금부터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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