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러의 소소한 흔들림
만년(독서통신 69) 본문
2022.5.24.(화), 만년, 다자이 오사무, 민음사(세계문학전집 382), 유숙자 옮김,
<인간실격>으로 알려진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을 읽었다.
"인간 실격"으로 유명한 일본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자신의 집안이 고리대금업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좌익운동에 참여했던 지성인이었다.
그러나 1900년대를 살았던 병약했던 그가 졸부 집안을 부끄러워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자살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동반자살을 시도했던 연인만 죽어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 책 <만년>에는 15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다.
대부분이 자전적 소설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특히 <어릿광대의 꽃>은 작가가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가 연인만 죽고 자신은 살아남은 것에 대한
자전적 소설이라는 느낌이 확실했다.
소설의 시각이 새로웠던 <원숭이 섬>도 내게는 신선했다.
요즘의 우리 사회가 긴 소설과 글보다는 짧고 자극적인 것들을 좋아하는 트렌드라는 생각과 함께,
다자이 오사무는 지금의 세태와 너무나 잘 맞는 것 같다.
섬세하고 아련한 인간의 슬픔과 근원적 감정 표현은
남성이고 1900년대 초에 쓰여진 작품들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또 소설 속 주인공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작가가 이야기하기도 하고
시점도 너무나 자유분방하고 독특하다.
문장도 짧으면서 시크하고 솔직하면서도 저급하지 않다.
"너는 얼굴이 못생겼으니 애교라도 잘 부려야지. 너는 몸이 허약하니 마음이라도 착해야지. 너는 거짓말을 잘하니 행실이라도 올발라야지"
이 얼마나 발칙하고 겉치레도 없고 무례한 문장인지....
그의 소설에는 겉치레가 없고 자기 변호가 없이 자기의 치부를 다 드러내고,
자신을 하찮고 하찮다고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인정받고 싶고,
세상에 남을 명작을 쓰고 싶은 욕망이 가득하다.
그는 단편 소설들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내면서 제목을 만년으로 붙였다고 한다.
왜 만년인가 생각해봤다.
단편들에 <만년>이라는 작품은 없었다.
그는 최선을 다해 쓴 이 작품들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죽으려 했고,
그래서 그의 짧은 생애에 쓰여진 자전적 이 소설들은 그의 만년에 쓰여진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내 생각이다.
그는 39세에 다섯번째 자살 시도로 세상을 떠났다.
<잎>의 첫 문장처럼, 그는 죽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솔직하고, 무력감이 진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이 남았고,
짧은 생을 사는 동안 쓰여진 소설들은 그의 이야기가 되었고,
그 이야기는 작가의 <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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