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러의 소소한 흔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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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VEL(LOCAL)

청평사

포플러처럼 2020. 11. 4. 16:15

2020.11.1. 일, 청평사

 

 

스무살 즈음, 청평사에 갔었다.

그때 나는 첫사랑의 감정에 휩싸여 있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삼십여년이 흘러

다시 청평사에 갔다.

 

첫사랑의 감정처럼 일렁이던 소양댐은

저수량이 많이 줄어

선착장은 저만치 아래에 있었다.

 

배에서 내려 소슬한 골짜기를 걸어서 오르던 때

스무살 내 볼에 스치던 바람은

묵직한 낙엽 냄새로 바뀌어

촉촉히 내리는 가을비에 젖어들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

첫사랑에 대한 설렘은 사라졌지만

마음 깊이 접어두었던 추억을 돌아보는 것은

내 삶에 온기를 준다.

내 푸르른 청춘을 속절없이 낭비해 버렸지만

돌아 볼 추억마저 없었다면

지나간 시간이 더 아쉬웠을 것만 같다.

 

 

비에 젖은 단풍은

내 스무살 연두빛 설렘을 태우고

더 깊고 넓어진 연륜과 너그러움으로

청평사 입구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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