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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독서통신 52)

포플러처럼 2021. 1. 3. 15:20

2020.12.24. 목.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유홍준 지음, 창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8 : 남한강편(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남도, 서울, 제주도, 게다가 북한까지 읽었지만,

남한강 유역에 이렇게 많은 유적지가 있었다는 것을

나의문화유산답사기8권을 통해 알게 되었다.

 

영월, 단양, 제천, 충주, 원주.

기회가 되면 가보고싶은 곳들에 추가되었다.

 

 

내가 사는 곳이 동해안이어서였을까. 우리나라 여행지로 서해안, 남해안, 서울 등을 먼저 떠올렸었다. 우리 지역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신라, 백제, 고구려가 치열하게 차지하고자했던 남한강 유역을 쉽게 여행지로 생각지 못했던 것은 내가 그 지역을 너무 몰라서였다. 그래도 아이들 어려서 한번 다녀온 곳이 도담삼봉인데, 지금은 대학생이 된 딸이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으로, 아직 어린 아이를 데리고 신라 단양 적성비를 보여주겠다는 고집으로 해가 저물어가는 중앙고속도로 휴게소 뒷편 산을 오르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가깝지만 많이 가 보지 못한 남한강 유역을 이 책을 통해, 유홍준 교수님의 해설을 듣는 듯 여행했다.


1부는 동강과 서강이 만나 남한강을 이루는 영월, 그 중 서강으로 흘러드는 주천강에서 시작하여, 강마을과 요선정, 요선암, 법흥사와 방랑시인 김삿갓 묘소, 단종의 슬픈 역사가 담긴 청령포와 장릉을 둘러본다. 나는 장릉과 청령포를 두번 다녀왔는데, 이 책에서 단종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마음이 저려왔다. 단종비 정순왕후는 18세의 나이로 3년만에 단종과 생이별하고 군부인, 관비로 전락하여 궁궐밖에 살았는데, 그녀의 통곡소리가 들려오면 마을 여인들도 함께 동정곡을 했다고 하는데 나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2부는 단양, 제천, 충주로 이어지는 남한강의 물길을 따라 떠나는 답사여행이다. 특히 내게 인상적으로 다가온 옥순봉은 단원 김홍도의 그림을 다시 보게 한다. 몇년전 삼성 리움 미술관을 다녀왔는데, 그 때 스쳐지나듯 본 것이 못내 아쉽다. 충주댐이 만들어져 수몰된 지역사람들의 생활터전과 유적, 유물들에 얽힌 안타까움은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한벽루, 영춘향교, 온달산성, 베론성지, 자양영당, 목계나루, 탄금대 등 언젠가 꼭 보러 가리라 생각해 본다. 황사영 백서사건은 학창시절 배운 기억이 있지만, 이 책에서 읽으며 종교적인 신념 때문에 젊은 나이에 본인과 가족이 목숨까지 잃으며 숨어 살았던 청년을 떠올리면 안타깝기만 하다. 물론 적군을 이끌고 쳐들어오라고 다른 나라에 보내는 편지에 대한 평가는 가릴 여지가 있으나, 당시의 위기감은 얼마나 절실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부는 남한강변의 폐사지 이야기이다. 나는 예전에 경주 감은사터에 가 본 적이 있는데, 찾아오는 스님도, 절도 없는 빈터에 탑만 외로이 서 있는데 쓸쓸한 바람만 지나가던 풍경을 잊을 수가 없다. 유홍준 교수님이 그 때 내 마음을 똑같이 표현해 놓으신 것을 읽으며 공감의 마음이 일어났다. 밭으로 변해버린 흥법사터는 사진으로만 봐서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또 폐사지에서 보이는 승탑의 귀부와 이수를 다음부턴 자세히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겼다.


이번 8권을 통해, 내가 여행지로 떠올리지 못했던 가깝지만 자주 갈 생각을 못했던 곳에 이렇게 역사적 사연이 많은 답사지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언젠가 유홍준 교수님의 해설을 연상하며 답사여행을 가보리라 마음 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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